2022. 10. 7. 02:56ㆍ스위스 정착기록
스위스에 도착해 임시 거주지에 입주하게 되었다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볼 때이다.
스위스에서 렌트를 할 때 우선 확실히 할 부분은, 혼자 살 것인가 WG에 살 것인가이다. WG쪽이 확실히 편리하고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지만, 나는 확신의 내향형으로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 매우 중요한데다 누군가와 함께 살며 만드는 드라마에 한치도 끼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원룸형 스튜디오를 중점적으로 알아보되, 위치와 가격에 따라 1베드룸, 2베드룸까지 선택의 폭을 열어두었다.
그 다음 결정할 조건은 역시나 예산. 나는 집이 중요한 홈바디인 만큼 돈을 아끼는것보다 만족할만한 집을 구하는게 최우선이었다. 다만, 양심은 있어서 렌트의 예산은 월급 1/3 이하로 잡았다. 참고로 WG에 살면 월 1000프랑 이하로 생활비를 확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큰 가닥을 잡은 뒤, 나는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플랫폼은 HomeGate. 동료들 중에는 스위스 부동산 매거진, 지인찬스, 페이스북 취리히 페이지, 집 구해다 주는 서비스(!!) 등 다양한 경로로 집을 구한 경우가 있었는데, 다들 내가 현재 집을 구하고 난뒤, 어떻게 이렇게 괜찮은(?) 집을 구했는지 물어봤었다. ㅎㅎ
Homegate는 웹사이트도 있지만, 스마트폰 어플이 있어서 쉬는시간마다 틈틈히 서칭을 했었다.
리스팅은 주로 공인중개사 역할을 하는 개인에셋매니저가 올리거나 개인이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약이 체결될때 복덕비(?)는 집을 내놓은 사람이 부담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https://www.homegate.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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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팅의 예시를 한번 보면, 집 내부의 주요 사진, 발코니 뷰, 그리고 평면도를 대부분 첨부해 놓는다. 그리고 아래에는 렌트와 방 갯수, 방 면적, 정확한 주소의 위치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언제부터 입주가 가능한지가 적혀있고, 대부분 1-3개월 이내의 어느 날을 점찍어놓거나 아래처럼 by agreement인 경우도 있다. 참고로 스위스의 Rooms는 우리나라의 방 개념과 조금 다르다. 일단 Rooms가 1이라는 것은 문이 달린 방이 따로 없는 원룸이라는 것이다. 종종 Rooms가 1.5인 곳도 있는데, 이 0.5는 조금 애매한 방, 예를 들어 반쯤 부엌에 칸막이가 있어 공간분리가 되는 공간을 뜻하는데, 그래도 베드룸이 따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거실과 베드룸이 분명히 나뉘어진 공간은 Rooms 2부터 시작한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자세한 정보가 있다. 이 리스팅의 경우 렌트가 1250이고 공과금이 140이라서 한달렌트가 총 1390이다. 여기서 공과금은 수도, 전기 등을 포함하는데, 이렇게 달 단위로 공과금을 낸 이후에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정산을 해서 더 내거나 한다고 한다 (돌려받는다는 얘기는 못들었다). 왜 이렇게 귀찮게 하냐면... 스위스는 공과금이 매달 정산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층수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Floor 1은 우리나라식 2층이다. 스위스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층수가 3,4,5 올라갈수록 데일리 카디오 레벨이 조금씩 올라간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또한 종종 아파트의 건축년도와 리퍼비시 (리모델링) 연도를 써놓는데, 당연 오래된 아파트는 단열이나 방음 등이 새 건물보다는 떨어진다.
그리고 또 조건을 설정할 때 잘 보아야 할 점은 발코니, 그리고 세탁실이다.
집을 보러 다니기 전에 서치를 할때면, 사람들이 그렇게 발코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확실히 반쯤 바깥에 놓여진 공간이 있으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햇볕좋은날 빨래를 말린다거나 야외 의자에 앉아 광합성을 한다거나. 근데 개인적으로는 발코니보다 더 중요한 건 창문 크기와 방향인거같다. 너무 한국인스러운가;; 나는 집에서 해를 못보면 굉장히 우울해져서, 남향을 최우선, 그리고 서향과 동향 집만을 봤다. 집 방향은 위 리스팅 정보에 거의 나오지는 않지만 (가끔 써놓는 경우도 있었다), 대충 사진을 봐서 너무 어두워 보이는 집은 애초에 배제를 하고 나중에 방문했을 때 꼼꼼히 방향을 확인했다. 참고로, 나는 남향의 집을 구하게 됐는데, 겨울이 다가와 해가 짧아지는 이 시점에 짧은 데이타임이라도 해가 집안으로 그득히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다.
두번째로 세탁실. 스위스에서는 집에 세탁기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지하실에 공동 세탁기와 건조대를 두고 함께 사용한다. 집에 따라서, 세탁 스케줄이 정해진 경우도 있고(ex. 202호는 매주 수요일), 매달 사인업을 해야 하는 곳도 있었고, 마음대로 내려가서 쓸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는 에너지 세이빙 목적도 있는것같고, 스위스에서는 집들이 다들 크지 않아서 세탁기 놓을 장소가 마땅치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인 세탁기가 꼭 있었으면 했는데, 세탁기가 끝날시점을 기다렸다가 냉큼 내려가는것도 귀찮았고, 늦었을 때 다른 사람이 내 세탁물에 손대는 것도 싫었다. 더욱이 위생때문에라도 공용 세탁실은 꼭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안에 세탁기가 있으면 200-300프랑까지는 더 낼 의향이 있었다 (주로 신축 건물이 이런 개인세탁 옵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스펙 대비 이 정도씩 더 비쌌다).
앱/웹사이트 상에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더 자세한 정보가 쓰여있다. 주로 독일어로 쓰여있고, 개인이 리스팅한 경우는 종종 영어 번역도 같이 첨부되어있다. 교통이 편하고 이런 얘기는 걸러듣고, 주소를 구글맵에 찍어서 가까운 트램/버스 정류장을 확인하자. 취리히의 경우 도시가 굉장히 작고 대중교통이 아주 촘촘해서 접근성 걱정은 덜 하지만 그래도 매일 출퇴근하는 시간이 최소화되면 좋으니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자. 그리고 가까운 곳에 Coop이나 Migros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스위스 집들은 냉장고가 작은 편이라 사람들은 장을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이다. 그래서 마트가 가까이 있으면 꽤나 편리하다.
이렇게 집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추린 다음, 이 항목에 맞춰서 리스팅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뷰잉'을 하고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름과 성, 이메일 주소, 핸드폰 번호를 꼼꼼히 쓰고, 메시지에는 '나는 xx라고 하고 최근에 취리히에 이사왔다. 00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신분 어필), Dossier는 준비되어있다 (Dossier에 대해서는 이후 포스팅 참조), 집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니 뷰잉 날짜를 알려주면 좋겠다'를 써야 한다. 이는 영어로 쓴 다음 구글번역으로 독어 돌리는걸 추천한다 (독일어를 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중개업자 중에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고, 또 앞선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스위스의 렌트 마켓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은 을이기 때문에 굳이 영어로 (= 성의없게) 메세지를 보낸 사람은 간단히 무시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리퀘스트를 보내면, (여러분의 직업이 괜찮고 신분이 확실한 경우) 다섯에 셋은 당신에게 답장을 해서 뷰잉 스케줄을 잡자고 할 것이다. 학생인 경우 답장을 받을 확률은 현저히 떨어지겠지만, 시도해서 손해볼 건 없다.
가끔씩 부동산마다 컨택 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리스팅을 꼼꼼히 보면 위에 KONTAKTFORMULAR라는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이럴 때는 이 앱상으로 메시지를 보내지 말고 폼을 다운받아서 꼼꼼히 채운 뒤 부동산 이메일로 보내자.
*사족
시세에 비해 너무 저렴한 집, 너무 근사한 사진 등은 걸러서 봐야 한다. 사기매물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가끔 재건축 일정이 잡혀서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올라오는 집들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오래된 집들이고 무브아웃 날짜가 (대게 1년 이내로) 정해져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이짓(?)을 1년뒤에 또 해야한다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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