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샌티스 Säntis + 아펜첼 Appenzell 당일치기 여행 (I)
내가 스위스에서 처음 여행을 떠난 곳은 인터라켄도 그린덴발트도 아닌 아펜첼이었다.
언어교환으로 만난 스위스 친구가 부모님 차를 빌려서 아펜첼 당일치기를 다녀오자고 했다. 갓 스위스에 도착한 나에게 스위스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인것같아서 너무 고마웠다. 아펜첼이라는 이름을 듣고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정보는, 스위스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라는 것이다. 스위스는 연방정부답게 각 칸톤 (미국의 주 State 개념)의 자치권이 보장되어 있는데 여성의 투표권에 대한 보장도 각 칸톤별로 각기 확장되었다. 그 중 아펜첼이라는 도시가 속한 아펜첼 칸톤은 무려 1991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보수성향이라면 한주름 잡는 아펜첼은, 그 배경을 보면 약간 납득이 된다.
가장 덜 개발되었고, 외국인도 적은 편이며, 치즈를 비롯한 낙농업이 경제활동의 주인 칸톤이다. 그런 보수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아펜첼은 정치적으로 가장 덜 리버럴한 칸톤일지언정, 전통적인 아이덴티티를 잘 보전하고 있고 이를 배경으로 관광업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스위스 하면 떠올리는 것들 (소의 종목걸이, 치즈, 전통가옥, 전통의상 등등)이 대부분 아펜첼의 특징이다. 이건 사실 피할수없는 숙명과도 같은 딜레마인게, 정치적 보수성향은 주민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발맞추는 경향이 있고, 그런 보수성이야말로 전통적인 문화를 보전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니 말이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가진 일본이 대를 잇는 전통문화가 잘 보전된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우리는 아펜첼에 들르기 전에 샌티스Säntis 라는 산에 들르기로 했다. 샌티스는 해발 약 2500m의 높은 퇴적 사암 산으로, 높은 위치의 전망대에서 보는 파노라믹 뷰로 유명하다. 이 뷰는 아름다운 전망으로도 유명하지만, 맑은 날에는 6개의 국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스위스)의 땅을 볼 수 있는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취리히에서 출발해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쉬배그알프Schwägalp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샌티스 정상으로 바로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우리는 주차를 하고 바로 호텔 안에 있는 창구에서 케이블카 왕복티켓을 샀다. 왕복티켓은 CHF 54였는데, SBB Half Tax 또는 GA ticket이 있으며 반값 CHF 27에 구매할 수 있었다 (2022년 3월 기준).
https://saentisbahn.ch/en/cable-car/prices/
Prices and offers - Säntisbahn
Ticketpreise und Informationen über Gruppentarife, Spezialpreise, Zahlungsmittel und besondere Konditionen für Reiseveranstalter.
saentisbahn.ch
케이블카는 스위스답게 칼같은 시간표대로 운행되었다.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올라탔는데, 이건 평범한 케이블카가 아니라 거의 리프트 수준으로 수직상승하는 터라 꽤나 무서웠다. 올라가는 중 창문너머로 몇몇 작은 점이 된 사람들을 발견했는데, 상대적으로 완만한 곳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거나 아니면 그 급격한 경사를 타고 걸어올라오는 사람들이었다. 분명 스위스인이었을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 건물에 도착하니 아펜첼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인형으로 장식되어있었다. 목에 종을 단 염소와 소, 그리고 알록달록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모자를 쓴 어른과 아이들이 친근했다.
이 통로를 지나자 샌티스 산의 지형 및 지질학에 대한 전시가 이어졌다. 오래전 이 산맥의 지질층이 낮은 지대에 위치했을때 모래가 쌓이고 생물체들이 쌓인 후 융기했기 때문에 많은 고대 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해발 2500미터의 산에서 줍는 암모나이트 화석이란 어떤 느낌일까.
계단을 따라 더 올라가니 드디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보였다. 바깥으로 나오니 눈앞에 뾰족뽀족한 사암 산맥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용의 등허리 비늘같은 느낌이었다.
이때가 아직 3월 말이라, 눈이 아직도 많이 쌓여 있어서 아름다운 설경은 볼 수 있었다. 다만, 약간 산 정상부가 약간 흐릿해서 6개국을 찾기는 어려웠다. 가끔가다 스위스인이나 스위스에 오래 산 산덕후(?)들은 봉우리 모양만 보고도 이름을 맞추거나 저기가 독일이다 라는둥 지명을 쏟아내던데. 우리는 산 정상에서 가져온 간식을 나눠먹은 뒤 내려와 호텔의 카페에서 핫초콜렛을 마신 뒤 아펜첼 칸톤의 아펜첼 타운으로 향했다.
(이어서)